手机 - 金善旭
사실 가끔 열어보곤 해
이젠 어디서도 터지지 않지만
그 때 내가 어떻게 답장 했던지
하나 하나 다 기억 나는 니 문자들
목소리로 들릴 것만 같은
너만 쓰던 이모티콘
사실 가끔 열어보곤 해
이젠 안 눌리는 버튼도 많지만
그 때 내가 무슨 말로 웃겼던지
함박웃음 머금고 있는 니 사진들
좋았던 그 때만 기억하는
전에 쓰던 내 핸드폰
사실 가끔 열어보곤 해
먼지 때문인지 좀 뻑뻑하지만
그 때 니 번호를 찾아 눌러 봤지
될 리가 없는 통화
버튼인 거 알지만
기억의 열람만이 가능한
전에 쓰던 내 핸드폰
쓰지도 버리지도 못하는
전에 쓰던 내 핸드폰
쓰지도 버리지도 못하는
니가 있는 내 핸드폰